남자만 하는 일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지금까지 용접은 남성 전용직으로 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용접으로 제조업에 뛰어들어 '제2 인생'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김나경씨(28·여)는 지난 2월 5일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을 수료한 후 협력사에 입사에 한달째 용접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용접은 남자들만 하는 힘든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해보니 거칠기보다는 섬세한 손길을 요하는 일이라 재밌다"며 웃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여성 용접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처음으로 여성 기술연수생을 모집했다.
특히 기술 교육과 재취업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경력 단절 여성과 다문화 가정 여성이 대상이었다.
그동안 여성들이 기수별로 1~2명 정도 지원해 수업을 들은 적은 있지만 교육생을 따로 모집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모인 인원은 총 15명. 한명도 낙오없이 무사히 교육이 다 마쳤다.
15명 교육생들의 나이는 20세부터 47세까지 다양하고 국적도 한국, 베트남, 페루 등 제각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용접은 남자만 하는 일'이라는 편견에 맞선 것이다.
최야니나 씨(28·페루)는 이제 막 10개월과 두 돌이 지난 두 아이의 엄마다. 아이들을 두고 '용접'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 남편과 시어머니는 격렬히 반대했다.
최씨는 "남성의 분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외국인으로서 뭔가 도전해볼 수 있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로 생각해 가족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열정을 본 가족들도 이제는 이해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내준다.
'힘들 것'이라는 편견에 맞서는 이들의 무기는 '섬세함'이다. 기술교육원에서 담임을 맡았던 황성식 교사(33)는 "여성 교육생들은 꼼꼼한 것이 장점"이라며 "배우고자 하는 의욕도 높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끈기도 좋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 용접사는 협력사 포함 총 330여명이다.
중량물 작업 등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섬세함과 침착함으로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장 내 정리정돈 활동에 앞장서고 부서 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등 여성 용접사들은 작업장 안팎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들이 남성전용물인 용접직을 선택해 기능공으로 직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이미 오래다.
지난 2011년 12월, 한국폴리텍II대학 남인천캠퍼스(당시 학장 김창규)는 남자 전용 직종인 특수용접과에서 개교이래 처음으로 여학생 정선영양이 용접공으로 제조업체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3천만원 연봉으로 취업돼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인천전문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하고 준사서자격, 실기교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정양에게 허성호 사장은 전문용접사 자격을 취득할 경우 년봉도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정선영 양은 당찬 도전정신으로 시작한 특수용접기술 기능을 주변 제조업체로부터 인정을 받아 이 분야의 또 다른 여성전문오너로써 발전하고 싶은 욕망의 꿈을 키운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한편 기술교육원에서 학생회장을 맡았던 배현경씨(47)는 "새로운 도전을 원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